애드센스 승인이 거절됐던 날, 통쾌한 걸 봐야 할 것 같아서 넷플릭스를 켰습니다. 그렇게 만난 게 사마귀였습니다. 길복순의 스핀오프라는 말에 기대 반 걱정 반으로 틀었는데, 직접 겪어보니 예상보다 훨씬 복잡한 감정이 남더군요. 통쾌하기도 했고, 답답하기도 했고, 임시완이 이런 연기를 할 줄 몰랐다는 놀라움도 있었습니다. 한 줄로 정리하자면 배우들이 각본보다 훨씬 좋은 영화였습니다.

사마귀라는 캐릭터와 세계관 — 킬러 이야기가 직장인 생존기처럼 느껴진 이유
사마귀는 2025년 9월 넷플릭스에 공개된 한국 오리지널 영화로, 2023년작 길복순의 스핀오프입니다. 스핀오프란 기존 작품의 세계관과 인물을 이어받아 새로운 이야기를 펼치는 파생작을 말합니다. 전작에서 배경으로만 느껴지던 청부살인회사 MK Ent.의 내부 권력 다툼이 이번 작품의 핵심입니다.
주인공 이한울, 별명 사마귀는 임시완이 연기합니다. 왜 사마귀냐고요. 낫 모양의 쌍수 무기를 다루는 장면이 나오는데, 두 팔을 치켜든 채 낫을 쥔 모습이 정말 사마귀 그 자체였습니다. 처음 그 장면을 봤을 때 혼자 웃었을 정도입니다. 무기 설정이 단순한 스타일 과시가 아니라 캐릭터 정체성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꽤 영리한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야기 구조는 한울이 휴가 중 업계가 뒤집어지자 복귀해 회사를 차리고, 옛 동료 신재이와 경쟁하면서 정점을 향해 올라가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저는 이 구조가 킬러 이야기임에도 직장인의 생존기처럼 느껴졌습니다. 믿었던 동료가 배신하고, 자신의 실력이 저평가되던 시절을 버텨내는 과정이 어딘가 낯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1년 동안 제조업 현장에 있으면서 비슷한 장면들을 현실에서 봐왔거든요. 직종만 다를 뿐 권력 다툼의 문법은 어디서나 비슷합니다.
한국 OTT 콘텐츠 시장에서 스핀오프와 세계관 확장 전략이 점점 주류가 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만큼 기대치도 높아졌고, 완성도에 대한 기준도 함께 올라갔습니다. 사마귀는 그 흐름 안에 있는 작품이고, 아쉽게도 그 기준에서 아직 조금 부족한 지점이 보였습니다.
임시완과 조우진 — 각본보다 훨씬 좋은 연기가 영화를 버텨준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임시완이 이렇게까지 액션과 감정선을 함께 끌고 갈 줄은 몰랐습니다. 특히 옥상 결투 장면에서 신재이에게 일부러 패배하는 씬은 대사 한 줄 없이도 "나는 네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실력이 있으면서도 그걸 숨기고 져주는 캐릭터, 그 내면을 눈빛과 몸짓만으로 표현해내는 장면이 영화 전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언의 연기가 대사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조우진이 연기하는 독고 역도 마찬가지입니다. MK Ent.의 개국 공신이자 사마귀의 스승으로, 은퇴 후 복귀해 조직을 장악하는 인물입니다. 전작의 차민규가 감정적으로 일을 키웠다면, 독고는 냉정한 합리주의자처럼 움직입니다. 같은 목표를 향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두 인물의 대비가 만들어내는 긴장감이 영화의 뼈대를 잡아줍니다. 조우진은 이 캐릭터를 과하지 않게, 그러면서도 존재감 있게 소화합니다. 캐릭터가 배우를 살리는 게 아니라 배우가 캐릭터를 살리는 경우입니다.
주연도 아닌데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로는 양수민(배강희)을 꼽고 싶습니다. 의리와 짝사랑이 결합된 이 캐릭터는 등장 분량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감정적으로 가장 설득력 있게 그려졌습니다. 두 딸 아빠로서 피칠갑 액션 속에서도 이 캐릭터의 감정선에 가장 오래 눈이 갔다는 게 스스로도 조금 뜻밖이었습니다.
아쉬운 각본과 전체 평가 — 완벽하지 않아도 볼 이유는 있다
반면 신재이 캐릭터는 아쉬움이 큽니다. 열등감이 동기가 되는 캐릭터 자체가 나쁜 건 아닙니다. 그런데 그 열등감이 영화 내내 너무 일관되게만 소비됩니다. 성장도 반전도 없이 끝까지 열등감의 포로로 남는 신재이를 보면서 이 캐릭터는 왜 이렇게 설계됐을까 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습니다. 벤자민 조라는 빌런에게 이용당하면서도 그 상황에서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은 답답함을 넘어 피로감을 줬습니다.
각본의 문제는 대사에서도 드러납니다. 좋은 각본일수록 서브텍스트, 즉 대사 이면에 숨겨진 감정과 의도를 활용합니다. 그런데 사마귀의 대사들은 감정을 너무 직접적으로 외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자존심, 실력, 배신 같은 키워드들이 날것 그대로 전달되면서 오히려 힘이 빠진 느낌이었습니다. 전작 길복순에서도 지적됐던 부분인데 이번 작에서 더 두드러졌습니다.
그럼에도 사마귀를 한 번쯤 볼 이유는 있습니다. 임시완과 조우진의 연기만으로도 시간이 아깝지 않습니다. 길복순을 재밌게 보셨던 분이라면 잠깐 등장하는 길복순 장면에서 피식 웃게 될 겁니다. 주말 저녁 고자극 액션이 필요하거나, 임시완의 다른 면이 궁금하신 분이라면 틀어볼 만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다시 현장에 나서는 이야기. 애드센스 재도전 중인 저에게 복귀한 사마귀의 모습이 묘한 용기를 줬듯, 이 영화는 그런 에너지를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