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4는 개봉 첫날 80만 명을 넘기고 결국 천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그것도 시리즈 3편 연속으로, 한국 영화 역사상 최초의 기록입니다. 솔직히 저는 3편 이후로 반신반의하고 있었습니다. 제조업 현장에서 11년째 일하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러 극장에 갔다가, 예상 밖으로 꽤 오랫동안 여운이 남았습니다.

3편의 실망 이후, 4편은 정말 다를까
일반적으로 시리즈물이 4편까지 오면 흥행 피로도(franchise fatigue)가 쌓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흥행 피로도란 같은 시리즈가 반복될수록 관객의 신선함이 떨어지고 흥미가 감소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저도 3편을 보고 나서 "이 시리즈도 이제 한물 갔구나"라고 생각했던 사람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4편은 기대를 많이 낮추고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다른 얘기를 하게 됐습니다. 4편은 소재 자체가 확장됐습니다. 기존의 마약, 조폭 중심에서 사이버 범죄(cyber crime)와 불법 온라인 도박으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사이버 범죄란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를 매개로 자행되는 범죄를 통칭하는 용어로, 실제 수사 현장에서도 갈수록 비중이 커지는 분야입니다. 배달앱을 통한 마약 유통, 해외 거점 불법 도박 조직, 재외국민 납치 및 강제노동까지 얽히면서 이야기가 단순히 "나쁜 놈 잡기"에 머물지 않고 현실 세계의 구조적 범죄를 꽤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영화의 모티브가 된 사건들은 허구가 아닙니다. 2015년 태국 파타야 살인사건을 비롯해 필리핀 온라인 도박 사건 등 실화를 기반으로 구성됐다는 점은 극의 무게감을 높여줍니다. 제가 직접 뉴스에서 접했던 해외 강제노동, IT 종사자 납치 관련 사건들이 영화 속 장면과 겹쳐 보이면서 "이게 그냥 오락 영화만은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KOFIC)에 따르면 2024년 한국 영화 관객 수 상위권 중 범죄도시4는 단연 독보적인 성과를 기록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이 영화가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도 불구하고 관객들로부터 비교적 너그러운 시선을 받은 이유, 저는 이렇게 봅니다.
- 소재가 현실 뉴스와 맞닿아 있어 공감대가 높다
- 마석도와 장이수의 관계처럼 반복되는 캐릭터 케미가 이미 검증된 팬덤을 유지한다
- 필리핀 로케이션과 기내 액션 등 스케일이 전작보다 확실히 올라갔다
장이수와 대리만족, 현장 아저씨가 극장을 찾는 이유
이번 4편에서도 장이수(박지환)의 등장은 극장 전체를 웃음바다로 만듭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장이수가 없는 범죄도시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의 황당한 패션 감각과 마석도에게 치이는 모습이 반복되는데도 볼 때마다 웃음이 터지는 건, 단순한 개그가 아니라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 즉 시리즈를 통해 쌓아온 캐릭터의 성장 궤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1편의 건달에서 4편에선 불법 도박 수사에 잠입 협력까지 하는 인물이 됐으니까요.
일반적으로 이런 오락 액션 영화는 "뻔하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저도 그 말이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뻔한 전개가 꼭 나쁜 건 아닙니다. 현장에서 하루 종일 협력업체와 서류 싸움을 하고, 말도 안 되는 갑질을 눈 앞에서 봐도 참아야 하는 날이 있습니다. 그런 날 극장에서 마석도가 주먹 한 방으로 모든 걸 정리하는 장면을 보면, 그게 대리 만족(vicarious satisfaction)으로 작동합니다. 대리 만족이란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못하는 상황을 타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충족하는 심리 현상을 말합니다.
두 딸 아이의 아빠로서, 나쁜 놈이 결국 대가를 치르는 결말을 보며 단순히 "통쾌하다"를 넘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 대한 바람 같은 게 스쳤습니다. 그게 과한 감정 이입일 수 있지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 한 편에서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
빌런인 백창기(김무열)는 특수부대 용병 출신으로, 전작들의 악당과 결이 다릅니다. 체중을 10kg 가까이 증량하며 캐릭터를 만들어낸 김무열의 연기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비선형적 위협(non-linear threat), 즉 예측하기 어렵고 냉혹한 방식으로 움직이는 악당의 특성이 잘 살아났다고 생각합니다. 비선형적 위협이란 정해진 패턴 없이 돌발적으로 행동해 상대의 대응을 무력화시키는 위협 유형을 뜻합니다. 장동철(이동휘)과의 콤비 악당 구도도 흥미로웠습니다. 한쪽은 폭력, 한쪽은 두뇌로 역할 분담이 돼 있어 마석도가 단순히 한 명을 쫓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를 만들어냈습니다.
제74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베를리날레 특별 상영 부문에 초청됐다는 사실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베를리날레(Berlinale)란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를린 국제 영화제의 공식 명칭으로, 특별 상영 부문 초청은 작품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지표 중 하나입니다. 한국 범죄 액션 장르가 해외 주요 영화제에서 이 정도 주목을 받는다는 점은 단순히 국내 흥행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지점입니다(출처: 베를린 국제 영화제).
범죄도시4를 보고 나서 저는 이 시리즈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3편 이후 한물 갔다고 생각했던 제 판단을 4편이 바꿔놓았습니다. 뻔한 공식이지만 그 공식을 정확히 실행하는 것,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오히려 이 영화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마석도가 빌런을 하나씩 소탕하듯, 저도 블로그의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갈 생각입니다. 애드센스 승인 받는 날까지.
참고: https://namu.wiki/w/%EB%B2%94%EC%A3%84%EB%8F%84%EC%8B%9C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