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6일, 쥬토피아 2가 전 세계 극장에 동시 개봉합니다. 2016년 전작이 박스오피스 10억 달러를 넘기고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은 지 거의 10년 만입니다. 소식을 접한 순간 제가 가장 먼저 한 것은 8살 딸아이와 디즈니플러스를 켜서 전작을 다시 보는 것이었습니다. 함께 보면서 느낀 건, 이 영화가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다는 겁니다. 아이는 내내 웃었지만 저는 그 웃음 뒤로 아이가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어른이 보면 불편한 장면이 아이 눈에는 그냥 재밌는 장면으로 보이기도 하니까요.

전작이 남긴 것 — 귀여운 동물 영화가 아니었다
쥬토피아 1을 다시 보면 첫 인상과 실제 내용 사이에 꽤 큰 간극이 있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겉으로는 귀엽고 둥글둥글한 동물 캐릭터들이 도시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버디 캅 무비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편견, 제도적 차별, 사회 구조에 대한 꽤 날카로운 질문이 숨어 있었습니다. 토끼라는 이유로 경찰로서의 능력을 의심받는 주디, 여우라는 이유로 처음부터 사기꾼 취급을 받는 닉. 이 두 캐릭터가 서로를 향해 품고 있던 편견을 허물어가는 과정이 영화의 진짜 뼈대였습니다.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은 그해 개봉한 작품 중 예술성과 완성도가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은 영화에 수여하는 상입니다. 전작이 이 상을 받았다는 건 흥행을 넘어 작품으로서의 깊이를 인정받았다는 뜻입니다. 제작 당시 장애인 접근성 전문가와 냉난방공조 시스템 디자이너의 자문을 받아 동물마다 다른 체형과 생태를 도시 설계에 반영했다는 후일담은 이 영화가 얼마나 디테일에 공을 들였는지를 보여줍니다. 그 완성도가 속편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번 속편은 2017년부터 비밀리에 개발이 시작됐고, 전작을 성공으로 이끈 재러드 부시와 바이런 하워드가 공동 감독을 다시 맡았습니다. 각본도 부시가 직접 썼습니다. 제작은 영화 엔칸토로 아카데미를 수상한 이밧 메리노가 담당합니다. 제작진 라인업만 보면 전작의 완성도를 이어가려는 의지가 분명히 보입니다. D23 엑스포와 CinemaCon 2025에서 공개된 장면에서는 마시 마켓이라는 새로운 습지 지역에서의 추격전과, 주디와 닉이 파트너 테라피를 받는 장면이 소개됐습니다. 갈등을 해결하는 심리 상담 방식을 버디 캅 코미디에 접목했다는 발상 자체가 재밌었습니다.
확장된 세계관과 새 캐릭터 —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든다
쥬토피아 2가 전작과 가장 확실하게 달라지는 지점은 세계관의 확장입니다. 전작이 포유류 중심의 도시를 배경으로 했다면, 이번엔 파충류와 해양 포유류까지 등장 범위를 넓힙니다. 그 무대가 마시 마켓, 습지 분위기의 새로운 지역입니다. 쥬토피아 시리즈는 허구의 세계를 설계하고 구축하는 월드빌딩에 유독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에도 그 디테일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새롭게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들도 눈길을 끕니다. 쥬토피아를 혼란에 빠뜨리는 신비한 뱀 캐릭터 게리 역에는 오스카 수상 배우 케 후이 콴이, 코믹한 역할의 비버 캐릭터 니블스 역에는 포춘 펨스터가, 주디와 닉의 파트너십 문제를 돕는 테라피스트 닥터 퍼즈비 역에는 퀸타 브런슨이 목소리 연기를 맡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한 가지 걸리는 지점이 있습니다. 속편의 악당 캐릭터를 파충류로 설정했다는 점입니다. 전작이 "편견에 맞서는 이야기"를 중심에 놓았는데, 파충류를 악당으로 내세우면 그 메시지가 스스로와 충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결말과 서사 방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확인하고 싶은 지점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속편의 함정을 피할 수 있을까 — 이 영화에서 진짜 보고 싶은 것
속편이 피하기 어려운 함정이 있습니다. 전작의 팬을 붙들려면 익숙함이 필요하고, 새 관객을 끌어오려면 신선함이 필요합니다. 둘 다 잡으려다 보면 메시지가 무난해지기 쉽습니다. 로튼 토마토의 분석에 따르면 속편은 전편 대비 비평 점수가 평균적으로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이 경향을 쥬토피아 2가 뒤집을 수 있을지가 관심 포인트입니다.
가젤 역의 샤키라가 신곡과 함께 복귀하고, 플래시 더 나무늘보 같은 기존 캐릭터들도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팬 입장에서는 반가운 요소들이지만, 이것들이 오히려 영화를 향수 소비용으로 만들어버릴 위험도 있습니다. 추억을 자극하는 데 공을 들이다 보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에너지가 분산됩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보고 싶은 건 화려한 액션도, 샤키라의 신곡도 아닙니다. 전작이 던졌던 불편한 질문, 그 날카로움이 살아있는지 여부입니다. 귀여운 캐릭터들 뒤에 진짜 할 말이 있는 영화. 그게 쥬토피아 시리즈가 가장 빛났던 순간이었습니다. 아직 예고편 한 편도 공개되지 않은 지금으로선 단정하기 어렵지만, 티저가 나오면 그것만으로도 많은 게 보일 것 같습니다. 이번엔 딸아이와 꼭 극장 큰 화면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