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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roco31

엔칸토 - 가족의 기대, 정체성, 치유 디즈니 60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엔칸토는 개봉 직후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기록한 곡을 탄생시킨 작품입니다. 그 사실보다 저를 더 놀라게 한 건, 영화가 끝나고 아이가 조용히 "아빠, 나는 뭘 잘해?"라고 물었던 그 한마디였습니다.가족의 기대가 만들어낸 압박,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엔칸토의 배경은 콜롬비아 산속 마을입니다. 마드리갈 가문 사람들은 저마다 신비한 마법 능력을 부여받아 태어납니다. 한 명만 빼고요. 주인공 미라벨은 아무런 능력도 받지 못한 채 '특별한 가족들 사이의 평범한 아이'로 자라납니다.저는 이 설정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디즈니가 주인공에게 아무 능력도 주지 않다니. 보통은 '숨겨진 능력'이 결말에서 터지기 마련인데, 엔칸토는 그 공식을 비틀어 버립니.. 2026. 5. 1.
검은사제들 - 구마 예식, 공포 연출, 믿음 공포 영화를 보고 싶은데 '팡팡 튀어나오는 귀신'이 질린다면, 이 영화가 바로 그 고민의 답입니다. 저도 한동안 한국 공포 영화에서 손을 놨다가 2015년 개봉한 을 보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분위기만으로 관객을 짓누르는 이 영화는, 보고 나서도 한참을 멍하니 있게 만들었습니다.구마 예식, 이렇게 무거워도 되는 건가의 중심 소재는 엑소시즘(Exorcism)입니다. 엑소시즘이란 종교적 의식을 통해 인간의 몸에 깃든 악령을 몰아내는 구마 예식을 뜻하며, 서양 공포 영화에서는 꽤 오래된 소재지만 한국 영화에서는 2015년 당시만 해도 낯선 접근이었습니다.이 영화가 흥미로운 건 그 예식을 철저하게 '절차적'으로 다룬다는 점입니다. 라틴어 기도문을 외고, 순서에 따라 의식을 진행하고, 실수 하나가 치명적인.. 2026. 4. 30.
늑대아이 - 육아 철학, 자립, 성상 서사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 번쯤 이런 질문을 해봤을 겁니다. "내가 원하는 방향과 아이가 가고 싶은 방향이 다를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도 그 질문 앞에서 꽤 오래 멈춰 섰습니다. 그리고 그 답의 실마리를 의외의 곳에서 찾았습니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 였습니다.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 라는 오래된 질문는 늑대인간과 인간 여성 하나 사이에서 태어난 두 아이, 유키와 아메를 중심으로 12년의 세월을 따라갑니다. 설정은 판타지지만 영화가 건드리는 감정은 지독하게 현실적입니다. 저도 처음엔 "늑대인간 이야기니까 가볍게 보자"는 마음으로 틀었는데, 30분도 안 돼서 자세를 고쳐 앉게 됐습니다.이 영화가 육아를 바라보는 시선은 발달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결정이론(SDT, Self-Dete.. 2026. 4. 28.
그녀가 죽었다 - 관음증, SNS 가면, 반전 스릴러 영화관을 나오면서 뭔가 불편한 감정이 남았습니다. 찝찝하다기보다는, 어딘가 들킨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저도 처음엔 단순한 미스터리 스릴러로 접근했는데, 막상 보고 나니 이건 그냥 범인 찾는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변요한, 신혜선 주연의 는 관음증과 SNS 자기연출이라는 소재를 통해 관객 자신을 거울 앞에 세우는 작품입니다.훔쳐보는 자와 꾸며내는 자, 누가 더 나쁜가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는 고객의 열쇠로 빈집에 몰래 들어가 타인의 사생활을 훔쳐봅니다. 물건을 훔치는 게 아니라 삶을 훔쳐보는 거죠. 여기서 영화가 다루는 핵심 개념이 관음증(Voyeurism)입니다. 관음증이란 타인이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 사람의 행동이나 사생활을 엿봄으로써 쾌감을 얻는 심리적 성향을 의미합니다. 정태의 .. 2026. 4. 27.
마녀 배달부 키키 - 슬럼프, 성장통, 번아웃 13살짜리 마녀가 혼자 낯선 도시에 떨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처음 봤을 때는 그냥 귀여운 모험담이었는데, 아이와 함께 다시 보니 전혀 다른 영화가 되어 있었습니다. 저도 거의 처음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마녀배달부 키키가 2026년 4K 리마스터링으로 재개봉했습니다. 이 영화가 왜 지금 다시 봐야 하는 작품인지, 솔직하게 정리해봤습니다.키키의 슬럼프가 낯설지 않은 이유혹시 열심히 하고 있는데도 뭔가 잘 안 풀리는 시기를 겪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가끔 그런 순간이 옵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의 감각이 어느 순간 사라진 것 같고, 익숙했던 것들이 갑자기 낯설어지는 그런 시기요. 키키가 정확히 그걸 겪습니다.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고, 새 친구도 사귀고, 마을에 조.. 2026. 4. 26.
인사이드 아웃2 - 불안, 자아 형성, 감정 수용 불안을 없애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 한 편이 그 믿음을 조용히 흔들었습니다. 인사이드 아웃 2를 보고 나서, 저는 아이의 감정을 '해결'하려 했던 제 방식이 과연 맞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불안이라는 감정, 없애야 할 것인가일반적으로 불안은 제거해야 할 부정적 감정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8살 딸이 새 학기마다 배앓이를 할 때마다, 저는 "괜찮아, 걱정하지 마"라는 말로 불안을 눌러주려 했습니다. 그게 아이를 돕는 일이라고 확신했습니다.인사이드 아웃 2는 그 확신을 정면으로 건드립니다. 영화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감정 '불안(Anxiety)'은 주인공 라일리를 괴롭히기 위해 존재하는 캐릭터가 아닙니다. 오렌지색으로 묘사된 이 캐릭터는.. 2026.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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