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55 래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 복수극, 생존의지, 자연광 촬영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남우주연상, 촬영상을 포함해 12개 부문에 후보로 오른 영화입니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두 시간 반 내내 몸이 긴장으로 굳어 있었던 게 지금도 생생합니다. 많은 분들이 단순한 복수극으로 알고 오십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복수가 이야기의 뼈대이긴 하지만, 주인공 휴 글래스가 살아남으려 버티는 이유는 복수보다 훨씬 앞서 있습니다. 이 영화는 복수의 카타르시스보다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를 더 강렬하게 느끼게 만드는 영화입니다.복수극이 아니라 생존극이다 — 아버지가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레버넌트의 구조는 전통적인 복수 서사와 결이 다릅니다. 복수 서사란 피해자가 가해자를 찾아가 직접 응징하는 방식으로 감정적 해소를 제공하.. 2026. 6. 2. 반도 - 좀비 아포칼립스, 카체이싱, 부산행 비교 부산행 4년 후를 배경으로 한 영화 반도, 개봉 당시 381만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꽤 선전한 것 같지만, 저는 영화관에서 나오면서 묘하게 허탈한 기분이었습니다. 좀비 영화를 기대했는데 카 액션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 혼란의 정체가 궁금하다면, 지금부터 정리해 드리겠습니다.반도가 좀비 영화처럼 안 느껴지는 이유저는 디스토피아 좀비물이라면 빠뜨리지 않고 챙겨 보는 편입니다. 좀비 영화를 볼 때마다 한 번씩은 집 주변을 둘러보면서 "지금 좀비가 나타나면 저 베란다로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망상에 빠지기도 하는데요. 반도를 보면서는 그런 생각이 거의 들지 않았습니다. 좀비보다 자동차가 훨씬 더 많이 기억에 남는 영화였으니까요. 반도는 포스트 아포칼립스(post-apocalypse).. 2026. 6. 1. 더 퍼스트 슬램덩크 - 추억 버프, 무음 연출, 송태섭 "슬램덩크 극장판 나온대!" 하는 말을 들었을 때, 그냥 옛날 추억 팔이 정도겠거니 싶었거든요. 그런데 영화관에서 나오는 순간, 괜히 제 청춘 한 조각이 눈앞에 떠올라서 잠깐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두 딸 키우는 아빠가 극장에서 왜 가슴이 뜨거워지는지, 그 이유를 이 글에 풀어보려고 합니다.추억 버프와 3D CG 연출이 만든 생경한 첫인상저는 어릴 적 TV에서 슬램덩크를 봤던 세대입니다. 그래서 처음 영화가 시작됐을 때 솔직히 당황했습니다. 기억 속 셀 애니메이션(cell animation) 특유의 손그림 질감이 아니라, 3D CG로 구현된 화면이 펼쳐졌거든요. 여기서 셀 애니메이션이란 투명 셀룰로이드 필름 위에 직접 채색하는 전통 방식의 애니메이션 기법을 말합니다. 그 방식으로 봤던 강백호와 서태웅이 .. 2026. 5. 30. 돈(Money, 2019) - 여의도 주가조작, 번호표, 직장인 공감 코스피가 8,000선을 넘겼다는 뉴스를 보면서 문득 몇 년 전 "국내 주식은 탈출이 답이다"라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던 제가 떠올랐습니다. 그때 팔지 않고 그냥 들고 있었더라면 지금쯤 어땠을까. 그 아쉬움 속에서 생각난 영화가 하나 있습니다. 여의도 증권가를 배경으로 돈의 맛과 그 대가를 정면으로 다룬 2019년 영화 입니다.여의도 증권가, 그 차가운 자본주의의 문법전북 고창 출신의 평범한 청년 조일현이 동명증권에 입사해 처음 하는 일은 커피 심부름과 허드렛일입니다. 빽도 줄도 없는 그에게 주문 전화 한 통은 어마어마한 압박이었고, 결국 매도와 매수를 헷갈리는 실수를 저지릅니다. 이 장면에서 저는 생각보다 많이 웃었습니다. 왜냐면 신입 시절 긴장해서 기본적인 것도 놓쳤던 제 경험이 겹쳐 보였기 때문입니다... 2026. 5. 29. 황해 - 하정우 먹방, 하드보일드, 나홍진 감독 솔직히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편의점 장면 때문에 중간에 일시정지를 했습니다. 하정우가 신라면 큰사발면을 먹으면서 옆에 놓인 소시지를 슬쩍 곁눈질하는 그 찰나의 표정 하나로, 저도 모르게 편의점을 다녀왔으니까요. 범죄 스릴러를 보다가 라면이 먹고 싶어진 경험, 여러분도 있으신가요?황해가 보여주는 하드보일드의 질감황해는 나홍진 감독의 두 번째 장편으로, 추격자에서 호흡을 맞췄던 하정우와 김윤석이 다시 뭉친 작품입니다. 두 배우가 같은 감독 아래 재결합한다는 소식만으로도 당시 영화계의 기대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이 가실 겁니다. 영화의 장르는 하드보일드(Hard-boiled) 스릴러입니다. 여기서 하드보일드란 냉혹한 현실을 감상 없이 건조하게 묘사하는 서사 방식을 뜻하는데, 쉽게 말해 주인공이 멋지게 해결.. 2026. 5. 28. 하울의 움직이는 성 - 하울 정식, 인생의 회전목마, 소피의 외모 변화 아이가 "하울 정식 먹고 싶다"고 했을 때, 솔직히 처음엔 그게 뭔지 몰랐습니다. 알고 보니 영화 속 소피가 캘시퍼의 불로 베이컨과 계란을 구워내던 그 단순한 한 끼였습니다. 별것 아닌데 왜 그렇게 먹음직스러워 보이는지, 영화를 다시 틀어놓고 함께 만들어 먹었던 그날이 지금도 선명합니다.하울 정식과 움직이는 성이 주는 이상한 따뜻함저는 두 딸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솔직히 정신이 없었습니다. 성이 닭다리를 달고 걸어 다니고, 불꽃이 말을 하고, 하울은 머리색 하나 바뀌었다고 욕실에 틀어박혀 드러눕습니다. 근데 두 번, 세 번 보다 보니 오히려 그 어수선함이 이상하게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성의 디자인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도 참 흥미롭습니다.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의 회고에 따르면.. 2026. 5. 27. 이전 1 2 3 4 ···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