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영화추천7 위대한 쇼맨 - 줄거리와 음악, 특별함, 쇼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 기분이 처질 때, 혹은 새로운 시작 앞에서 용기가 필요할 때 저는 이 영화를 틉니다. 위대한 쇼맨입니다. 처음 봤을 때는 그냥 화려한 뮤지컬 영화겠거니 했는데, 보고 나서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제조업 현장에서 11년을 보내며 시스템 속 톱니바퀴처럼 느껴질 때마다 저를 다시 일으켜 세운 노래가 이 영화 안에 있었다는 걸 그때 깨달았습니다. 8살 딸아이와 함께 다시 봤을 때는 또 다른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아빠로서, 이 아이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말이 이 영화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줄거리와 음악 — 무일푼에서 시작된 지상 최대의 쇼실존 인물 P.T. 바넘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이 영화는 가난한 양복쟁이의 아들로 태어나 무시당하며 자란 바넘(휴 잭맨)이 세상이 외면한 사람들을.. 2026. 5. 8. 엔칸토 - 가족의 기대, 정체성, 치유 디즈니 60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엔칸토는 개봉 직후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기록한 곡을 탄생시킨 작품입니다. 그 사실보다 저를 더 놀라게 한 건, 영화가 끝나고 아이가 조용히 "아빠, 나는 뭘 잘해?"라고 물었던 그 한마디였습니다.가족의 기대가 만들어낸 압박,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엔칸토의 배경은 콜롬비아 산속 마을입니다. 마드리갈 가문 사람들은 저마다 신비한 마법 능력을 부여받아 태어납니다. 한 명만 빼고요. 주인공 미라벨은 아무런 능력도 받지 못한 채 '특별한 가족들 사이의 평범한 아이'로 자라납니다.저는 이 설정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디즈니가 주인공에게 아무 능력도 주지 않다니. 보통은 '숨겨진 능력'이 결말에서 터지기 마련인데, 엔칸토는 그 공식을 비틀어 버립니.. 2026. 5. 1. 늑대아이 - 육아 철학, 자립, 성상 서사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 번쯤 이런 질문을 해봤을 겁니다. "내가 원하는 방향과 아이가 가고 싶은 방향이 다를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도 그 질문 앞에서 꽤 오래 멈춰 섰습니다. 그리고 그 답의 실마리를 의외의 곳에서 찾았습니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 였습니다.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 라는 오래된 질문는 늑대인간과 인간 여성 하나 사이에서 태어난 두 아이, 유키와 아메를 중심으로 12년의 세월을 따라갑니다. 설정은 판타지지만 영화가 건드리는 감정은 지독하게 현실적입니다. 저도 처음엔 "늑대인간 이야기니까 가볍게 보자"는 마음으로 틀었는데, 30분도 안 돼서 자세를 고쳐 앉게 됐습니다.이 영화가 육아를 바라보는 시선은 발달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결정이론(SDT, Self-Dete.. 2026. 4. 28. 인사이드 아웃2 - 불안, 자아 형성, 감정 수용 불안을 없애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 한 편이 그 믿음을 조용히 흔들었습니다. 인사이드 아웃 2를 보고 나서, 저는 아이의 감정을 '해결'하려 했던 제 방식이 과연 맞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불안이라는 감정, 없애야 할 것인가일반적으로 불안은 제거해야 할 부정적 감정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8살 딸이 새 학기마다 배앓이를 할 때마다, 저는 "괜찮아, 걱정하지 마"라는 말로 불안을 눌러주려 했습니다. 그게 아이를 돕는 일이라고 확신했습니다.인사이드 아웃 2는 그 확신을 정면으로 건드립니다. 영화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감정 '불안(Anxiety)'은 주인공 라일리를 괴롭히기 위해 존재하는 캐릭터가 아닙니다. 오렌지색으로 묘사된 이 캐릭터는.. 2026. 4. 26. 오버 더 문 (색감, 상실, 잊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것)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에 이 영화를 틀 때 아무 기대가 없었습니다. 주말 오후, 케이팝 데몬헌터스를 몇 주째 반복해서 보던 첫째 딸아이한테 슬쩍 다른 걸 틀어줬는데, 어느 순간 아이보다 제가 더 빠져 있더군요. 그게 넷플릭스 뮤지컬 애니메이션 과의 첫 만남이었습니다.달 세계로 넘어가는 순간, 색감이 모든 걸 말한다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압도됐던 건 이야기보다 화면이었습니다. 특히 주인공 페이 페이가 루나리아, 즉 달의 왕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는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집니다. 회색빛 달 표면을 지나자마자 형광 계열의 색채가 화면을 가득 채우는 그 장면은, 솔직히 그냥 눈으로 보는 재미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이 영화의 색채 연출은 색채 대비(Color Contrast)라는 시각 디자인 원리를 극단적으.. 2026. 4. 21. 좀비딸 리뷰 — 딸을 둔 아빠가 극장을 나서며 계속 붙들었던 질문 좀비 영화를 보고 나서 "내가 저 아빠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적이 있으십니까. 저는 초등학생 딸과 9개월 된 아이를 둔 아빠입니다. 그래서 영화관을 나서면서도, 집에 돌아와서도 그 질문을 계속 붙들고 있었습니다. 보기 전에는 코믹한 설정의 가족 영화겠거니 했습니다. 막상 보고 나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이 영화는 좀비물이라기보다 하나의 감정 실험에 가깝습니다. 기존 좀비물과 다른 이유 — 재난 이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삼다좀비딸을 단순한 공포물로 분류하는 분들이 있는데, 보고 나서 그 분류가 꽤 어긋난다고 느꼈습니다. 장르 혼종(genre hybridization)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공포, 드라마, 코미디처럼 이질적인 장르가 한 작품 안에서 뒤섞이는 영화 문법을 말하는데,.. 2026. 4. 20.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