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3 설국열차 - 계급구조, 사회비판, 봉준호 회사에서 야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던 날 밤이었습니다.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 틈에 끼어 멍하니 서 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지금 어느 칸에 타고 있는 걸까." 그날 저녁 다시 꺼내 든 영화가 설국열차였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다섯 번째 장편이자, 커리어 최초의 영어 영화. 일반적으로 "헐리우드 진출작"이라는 수식어로 소개되지만, 제가 직접 다시 봐보니 이건 그냥 스펙터클한 SF 블록버스터가 아니었습니다.기차 한 대에 압축된 계급구조, 예상보다 훨씬 날카로웠습니다설국열차를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계급 갈등을 다루는 SF구나" 정도로만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두 번, 세 번 보면서 이 영화가 얼마나 촘촘하게 설계되어 있는지를 새삼 실감했습니다. 영화의 핵심 장치는 열차 안의 수직적 공간 .. 2026. 5. 24. 관상 - 수양대군, 팩션사극, 관상학 913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관상은 실제 역사인 계유정난에 가상의 관상가를 끼워 넣은 팩션 사극입니다. 처음엔 가벼운 사극 코미디로 시작하다가 수양대군이 등장한 순간부터 분위기가 완전히 뒤집히는데, 저는 그 변곡점이 꽤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았습니다.수양대군 등장 씬, 왜 아직도 회자되는가영화 시작 후 1시간이 지나서야 수양대군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맹수 같은 사냥개들을 거느리고 털코트를 걸친 채 슬로우모션으로 걸어 나오는 그 장면은, 한국 영화사상 최고의 등장 씬 중 하나로 꼽힐 만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웅장한 음악과 맞물리며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뿜어냅니다. 영화적 허용이라는 의견도 있는데, 저는 그 설정이 오히려 탁월한 선택이라고 봅니다. 팩션(faction)이란 팩트(fact)와 픽션(fiction.. 2026. 5. 23. 기생충 - 계급, 냄새, 아카데미 "잘 만든 한국 스릴러"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근데 두 딸 아이를 키우는 지금 다시 보니, 전혀 다른 영화가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이건 그냥 계층 갈등 영화가 아니라,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슴 서늘해질 이야기입니다.사기인데 왜 자꾸 마음이 기우는가솔직히 말하면, 기택 가족은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을 합니다. 위조 서류를 들고 남의 집에 들어가고, 한 명씩 차례로 끼어들어 자리를 꿰찹니다. 잘한 건 아닙니다. 근데 이상하게 보다 보면 자꾸 마음이 그쪽으로 기웁니다. 왜 그럴까요? 제 경험상 이건 그 가족이 거창한 꿈을 꾸는 게 아니라, 그냥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는 느낌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영화 속 대사 하나가 계속 머릿속에 맴돕니다. "절대 실패하지 않는 계획이 뭔지 아니? 무계획이야." 기택이 담.. 2026. 5. 1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