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영화5 더 퍼스트 슬램덩크 - 추억 버프, 무음 연출, 송태섭 "슬램덩크 극장판 나온대!" 하는 말을 들었을 때, 그냥 옛날 추억 팔이 정도겠거니 싶었거든요. 그런데 영화관에서 나오는 순간, 괜히 제 청춘 한 조각이 눈앞에 떠올라서 잠깐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두 딸 키우는 아빠가 극장에서 왜 가슴이 뜨거워지는지, 그 이유를 이 글에 풀어보려고 합니다.추억 버프와 3D CG 연출이 만든 생경한 첫인상저는 어릴 적 TV에서 슬램덩크를 봤던 세대입니다. 그래서 처음 영화가 시작됐을 때 솔직히 당황했습니다. 기억 속 셀 애니메이션(cell animation) 특유의 손그림 질감이 아니라, 3D CG로 구현된 화면이 펼쳐졌거든요. 여기서 셀 애니메이션이란 투명 셀룰로이드 필름 위에 직접 채색하는 전통 방식의 애니메이션 기법을 말합니다. 그 방식으로 봤던 강백호와 서태웅이 .. 2026. 5. 30. 관상 - 수양대군, 팩션사극, 관상학 913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관상은 실제 역사인 계유정난에 가상의 관상가를 끼워 넣은 팩션 사극입니다. 처음엔 가벼운 사극 코미디로 시작하다가 수양대군이 등장한 순간부터 분위기가 완전히 뒤집히는데, 저는 그 변곡점이 꽤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았습니다.수양대군 등장 씬, 왜 아직도 회자되는가영화 시작 후 1시간이 지나서야 수양대군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맹수 같은 사냥개들을 거느리고 털코트를 걸친 채 슬로우모션으로 걸어 나오는 그 장면은, 한국 영화사상 최고의 등장 씬 중 하나로 꼽힐 만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웅장한 음악과 맞물리며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뿜어냅니다. 영화적 허용이라는 의견도 있는데, 저는 그 설정이 오히려 탁월한 선택이라고 봅니다. 팩션(faction)이란 팩트(fact)와 픽션(fiction.. 2026. 5. 23. 인셉션 - 꿈과 현실, 추출, 인셉션 작전 꿈속에서 50년을 살았다면, 그게 과연 꿈일까요? 이 질문을 처음 떠올린 건 인셉션을 세 번째 다시 볼 때였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10년 넘게 다듬은 시나리오로 2010년 7월에 선보인 이 작품은, 볼 때마다 처음엔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는 이상한 영화입니다.꿈과 현실 사이, 추출이라는 장치가 만든 세계관인셉션의 세계관이 일반 SF 영화보다 훨씬 정교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추출(Extraction)'이라는 개념 덕분입니다. 추출이란 타인의 꿈속에 침투해 그 사람의 무의식에 저장된 정보를 빼내는 행위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꿈이라는 공간을 일종의 보안 금고로 설정하고 그 안을 털어가는 행위입니다. 영화 속에서 이 추출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가 바로 패시브 장치(PASIV Device)입.. 2026. 5. 17. 라라랜드 - 연애 시절, 타이밍, 현실적 사랑 음악 좋고, 색감 좋고, 두 주인공이 춤추는 장면에서 괜히 심장이 두근거리는 그런 영화요. 근데 두 딸 아이 아빠가 되고 나서 다시 봤을 때는, 솔직히 좀 다르게 읽혔습니다. 이 영화가 이렇게 현실적인 영화였나 싶어서요.와이프와 연애 시절이 자꾸 떠오른 이유라라랜드를 다시 보는 내내, 저는 자꾸 엉뚱한 데서 멈췄습니다. 미아와 세바스찬이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춤추는 장면. 보다 보면 화면이 너무 아름다워서 CG 아닌가 싶을 정도인데, 실제로는 로스앤젤레스의 이른바 '매직 아워(Magic Hour)'를 노려 단 다섯 테이크 만에 찍은 장면이라고 합니다. 매직 아워란 해가 뜨거나 질 무렵 약 20~30분 정도 지속되는 시간대로, 자연광이 황금빛으로 물들면서 피사체를 가장 아름답게 담을 수 있는 촬영의 황금시간.. 2026. 5. 15. 트루먼 쇼 가짜 세계의 미장센, 미디어 비판, 자아 정체성 어릴 때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없으신가요. '혹시 지금 내 주변이 전부 꾸며진 건 아닐까.' 저는 초등학생 때 그런 공상을 꽤 자주 했습니다. 그러다 TV에서 우연히 틀어준 트루먼 쇼를 처음 봤을 때, 그 공상이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오래된 영화지만 잊히지 않는 영화 중 거의 탑이라고 할 만한 작품입니다.가짜 세계를 구성한 미장센, 어디까지 봤을 수 있을까이 영화를 처음 보신 분이라면 카메라 앵글이 왠지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저도 처음에는 연출 실수인가 싶었는데, 보다 보니 그게 전부 계산된 연출이었습니다.트루먼 쇼는 미장센(mise-en-scène)을 통해 이야기의 핵심을 전달합니다. 여기서 미장센이란 화면 안에 배치되는 모든 요소, .. 2026. 4. 1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