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65 퍼시픽 림 - 중량감, 예거, 카이주 로봇 영화인데 왜 이 영화는 느릴수록 더 멋있을까요? 퍼시픽 림을 처음 극장에서 봤을 때 저도 그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2013년에 개봉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이 영화는 제작비 1억 9천만 달러를 쏟아부은 SF 블록버스터입니다. 로봇이 주인공인 영화치고는 묘하게 느리고 무거운데, 보고 나서 오히려 그 점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습니다.중량감이 다른 영화들과 결정적으로 달랐습니다퍼시픽 림을 보기 전까지 저는 로봇 액션 영화란 곧 빠른 속도감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봐보니 이 영화는 그 공식을 완전히 거꾸로 뒤집고 있었습니다.영화 속 예거(Jaeger)는 수천 톤급 거대 기계입니다. 한 발을 내디딜 때마다 지면이 출렁이고, 주먹을 뻗을 때 부스터가 터지면서 철과 기름 냄새가 화.. 2026. 6. 12.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 흥행 분석, CG완성도, 세계관 게임 원작 영화 역사상 최초로 전 세계 4억 달러 이상을 돌파한 작품이 바로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입니다.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북미에서 사실상 실패한 영화가 이 기록을 세웠다는 게 단순한 흥행 이야기가 아니라, 게임 원작 영화의 구조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학창 시절 워크래프트에 꽤 오래 빠졌던 사람으로서, 지금은 아빠이자 가장이 된 입장에서 이 영화를 다시 보면 감정이 꽤 복잡합니다.북미 실패, 중국 대박 — 흥행 구조를 뜯어보면 보이는 것2016년 6월 개봉 당시 북미 첫 주 수익은 약 2,418만 달러였습니다. 제작비 1억 6천만 달러짜리 영화로서는 처참한 출발이었고, 2주차 낙폭은 70%에 달했습니다. 낙폭이란 직전 주 대비 수익이 줄어드는.. 2026. 6. 8. 영화 탈주 - 이제훈, 구교환, 자유의지 목숨을 걸지 않아도 되는 선택이 과연 진짜 자유일까요. 영화 탈주를 보고 나서 한동안 이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제훈과 구교환이라는 두 배우가 만들어낸 탈주와 추격의 이야기는, 저 같은 40대 아빠에게 생각보다 훨씬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단순한 액션 영화라고 생각하고 들어갔다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40대가 되니 영화보다 질문이 더 오래 남더군요.실패할 자유조차 없는 곳에서 달린다는 것영화의 배경은 휴전선 인근 북한 최전방 군부대입니다. 10년 복무 만기를 앞둔 중사 임규남(이제훈)은 어느 날 돌발 상황에 휘말려 졸지에 탈주병으로 몰립니다. 하급 병사가 먼저 철책을 넘으려 했고, 그를 말리려던 규남까지 함께 도망자 신세가 된 겁니다. 영화는 이 사건 하나.. 2026. 6. 6. 신의 한수 - 바둑판 위의 누아르, 액션의 질감, 아쉬운 솔직히 저는 바둑을 전혀 모릅니다. 규칙도 모르고, 집 계산이 뭔지도 모르고, 패가 뭔지 장생이 뭔지 하나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영화 보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보고 나서 이게 바둑 영화였나 싶을 정도로 피 튀기는 복수극이었습니다. 바둑을 소재로 내세웠지만 실제로 이 영화가 하는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입니다. 형의 죽음에 대한 복수. 그게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바둑판 위의 누아르 — 장르와 인물 구조2014년 개봉한 신의 한 수는 표면적으로 바둑을 소재로 내세웠지만 실제 장르는 조폭 누아르에 가깝습니다. 누아르란 범죄와 폭력, 배신을 축으로 삼는 어둡고 냉혹한 분위기의 장르를 말합니다. 그 안에서 바둑은 이야기를 엮는 도구로 쓰일 뿐, 주인공 태석(정우성)의 목적은 변하지 않습니다... 2026. 6. 4. 래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 복수극, 생존의지, 자연광 촬영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남우주연상, 촬영상을 포함해 12개 부문에 후보로 오른 영화입니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두 시간 반 내내 몸이 긴장으로 굳어 있었던 게 지금도 생생합니다. 많은 분들이 단순한 복수극으로 알고 오십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복수가 이야기의 뼈대이긴 하지만, 주인공 휴 글래스가 살아남으려 버티는 이유는 복수보다 훨씬 앞서 있습니다. 이 영화는 복수의 카타르시스보다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를 더 강렬하게 느끼게 만드는 영화입니다.복수극이 아니라 생존극이다 — 아버지가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레버넌트의 구조는 전통적인 복수 서사와 결이 다릅니다. 복수 서사란 피해자가 가해자를 찾아가 직접 응징하는 방식으로 감정적 해소를 제공하.. 2026. 6. 2. 반도 - 좀비 아포칼립스, 카체이싱, 부산행 비교 부산행 4년 후를 배경으로 한 영화 반도, 개봉 당시 381만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꽤 선전한 것 같지만, 저는 영화관에서 나오면서 묘하게 허탈한 기분이었습니다. 좀비 영화를 기대했는데 카 액션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 혼란의 정체가 궁금하다면, 지금부터 정리해 드리겠습니다.반도가 좀비 영화처럼 안 느껴지는 이유저는 디스토피아 좀비물이라면 빠뜨리지 않고 챙겨 보는 편입니다. 좀비 영화를 볼 때마다 한 번씩은 집 주변을 둘러보면서 "지금 좀비가 나타나면 저 베란다로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망상에 빠지기도 하는데요. 반도를 보면서는 그런 생각이 거의 들지 않았습니다. 좀비보다 자동차가 훨씬 더 많이 기억에 남는 영화였으니까요. 반도는 포스트 아포칼립스(post-apocalypse).. 2026. 6. 1. 이전 1 2 3 4 5 ···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