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55 신세계 - 배경과 맥락, 세남자의 연기, 정체성의 선택 영화를 보고 나서 며칠 동안 주인공의 마지막 장면이 머릿속에 맴돌았던 경험,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저에게는 신세계가 그 영화였습니다. 단순히 조폭 영화라고 생각하고 틀었다가, 끝나고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이 글은 그 여운에서 출발합니다.골드문이라는 세계, 그리고 그 속에 던져진 한 사람신세계는 2013년 박훈정 감독이 연출한 범죄 느와르(noir)입니다. 느와르란 어둡고 비관적인 세계관 속에서 도덕적으로 복잡한 인물들을 그리는 영화 장르를 말합니다. 국내 최대 범죄 조직 골드문의 회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후계 구도를 둘러싼 권력 투쟁이 시작되고, 경찰은 이 틈을 이용해 조직을 내부에서 통제하려 합니다.이 작전의 핵심은 8년째 조직에 잠입 중인 언더커버(undercover) 경찰 이자성입.. 2026. 4. 20. 좀비딸 리뷰 — 딸을 둔 아빠가 극장을 나서며 계속 붙들었던 질문 좀비 영화를 보고 나서 "내가 저 아빠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적이 있으십니까. 저는 초등학생 딸과 9개월 된 아이를 둔 아빠입니다. 그래서 영화관을 나서면서도, 집에 돌아와서도 그 질문을 계속 붙들고 있었습니다. 보기 전에는 코믹한 설정의 가족 영화겠거니 했습니다. 막상 보고 나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이 영화는 좀비물이라기보다 하나의 감정 실험에 가깝습니다. 기존 좀비물과 다른 이유 — 재난 이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삼다좀비딸을 단순한 공포물로 분류하는 분들이 있는데, 보고 나서 그 분류가 꽤 어긋난다고 느꼈습니다. 장르 혼종(genre hybridization)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공포, 드라마, 코미디처럼 이질적인 장르가 한 작품 안에서 뒤섞이는 영화 문법을 말하는데,.. 2026. 4. 20. 전지적 독자 시점 서사구조와 영화화로 살린 것, 잃은 것 웹툰을 꾸준히 봐온 저로서는 요즘 원작 IP(지식재산권)의 영화화 흐름이 꽤 흥미롭습니다. 여기서 IP란 웹툰·웹소설 등 원천 콘텐츠가 가진 상업적 권리를 의미합니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제가 오래 챙겨보던 웹툰이었는데, 영화화 소식을 들었을 때 솔직히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이 작품의 서사 구조가 너무 독특해서 과연 영화라는 포맷에 담길 수 있을지 의심이 먼저 들었거든요.왜 전독시의 서사 구조는 다른가저도 처음엔 단순한 회귀물 또는 헌터물 계열로 분류하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이 작품은 장르 문법이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전독시가 가진 가장 독보적인 설정은 주인공이 영웅이 아니라 독자(Reader)라는 점입니다. 김독자는 초월적 전투력도, 특별한 마법도 없습니다. 그가 가진 .. 2026. 4. 19. 트루먼 쇼 가짜 세계의 미장센, 미디어 비판, 자아 정체성 어릴 때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없으신가요. '혹시 지금 내 주변이 전부 꾸며진 건 아닐까.' 저는 초등학생 때 그런 공상을 꽤 자주 했습니다. 그러다 TV에서 우연히 틀어준 트루먼 쇼를 처음 봤을 때, 그 공상이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오래된 영화지만 잊히지 않는 영화 중 거의 탑이라고 할 만한 작품입니다.가짜 세계를 구성한 미장센, 어디까지 봤을 수 있을까이 영화를 처음 보신 분이라면 카메라 앵글이 왠지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저도 처음에는 연출 실수인가 싶었는데, 보다 보니 그게 전부 계산된 연출이었습니다.트루먼 쇼는 미장센(mise-en-scène)을 통해 이야기의 핵심을 전달합니다. 여기서 미장센이란 화면 안에 배치되는 모든 요소, .. 2026. 4. 19. 영화 28년 후 오리지널팀의 귀한, 분노바이러스와 인간성 솔직히 저는 이 영화가 단순한 좀비 속편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워킹데드를 시작으로 유명한 좀비물은 거의 다 챙겨본 편인데, 28년 후를 보고 나서는 제가 가졌던 기대의 방향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 영화가 진짜로 다루는 건 좀비가 아닙니다.오리지널팀의 귀환이 의미하는 것28년 후는 1편인 28일 후를 만든 대니 보일 감독과 알렉스 가랜드 작가가 다시 손을 잡은 작품입니다. 여기에 1편의 주인공 킬리언 머피까지 제작 참여와 출연을 겸했으니, 팬 입장에서는 20년 넘게 기다려온 재회나 다름없습니다.제가 주목한 것은 이 팀이 다시 선택한 촬영 방식입니다. 1편은 당시 저화질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거친 화질이 오히려 세기말적 분위기를 만들어냈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최신 스마트폰을 포함한 실험적인.. 2026. 4. 18. 쥬토피아 2 전작의 날카로움, 확장된 세계관, 속편의 함정 궁금해요? 2025년 11월 26일, 쥬토피아 2가 전 세계 극장에 동시 개봉합니다. 2016년 전작이 박스오피스 10억 달러를 넘기고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은 지 거의 10년 만입니다. 소식을 접한 순간 제가 가장 먼저 한 것은 8살 딸아이와 디즈니플러스를 켜서 전작을 다시 보는 것이었습니다. 함께 보면서 느낀 건, 이 영화가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다는 겁니다. 아이는 내내 웃었지만 저는 그 웃음 뒤로 아이가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어른이 보면 불편한 장면이 아이 눈에는 그냥 재밌는 장면으로 보이기도 하니까요.전작이 남긴 것 — 귀여운 동물 영화가 아니었다쥬토피아 1을 다시 보면 첫 인상과 실제 내용 사이에 꽤 큰 간극이 있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겉으로는 귀엽고 둥글둥글한 동물 캐릭터들이 .. 2026. 4. 18. 이전 1 ··· 6 7 8 9 10 다음